김기덕 진주교회(평안동) 담임목사
김기덕 진주교회(평안동) 담임목사

세상은 성공하기 위해 남들보다 속도를 내라고 강조한다. 이 세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라면 속도를 더 높이라고 주문한다. 옛날에는 큰 것이 작은 것을 삼켰다. 그러나 지금은 빠른 것이 모든 것을 잡아먹는 시대가 되었다. 최대한 남들보다 앞서가기 위해서라면 순리라는 과정의 내용 없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결과를 얻으려고 한다. 빠른 속도로 변화되는 21세기에서 승리하는 길은 최대한 빠른 속도로 목표지점에 다다르는 것이다. 그러나 인생의 속도가 인생의 성공을 주는 답은 아니다. 속도를 낼 때 중요한 것이 방향감각이다. 정확한 방향대로 가고 있는지 그 과정을 중요시해야 하는 것이다. 세상에서 성공하고자 방향을 무시한 속도를 낸다면 분명히 사고를 낼 수밖에 없다. 작은 일이든 큰일이든 일을 해나가는 과정이 중요하듯이, 나이가 많고 적고를 떠나 그 인생의 방향이 바로 설정되어 있는가를 항시 확인할 필요가 있다.

1912년 침몰한 타이타닉호는 당시 세상 최고의 유람선이었다. 그런데 타이타닉호 비극의 이유 중 하나는 너무 빠른 속도로 항해를 했기에 빙산을 만났을 때 돌이킬 수 없었던 것이다. 인생의 항해를 지속적으로 해나갈 때 필요한 것은 방향이고 전방주시이다. 인생의 크기와 아름다운 모습을 자랑하며 속도를 높이는 인생은 어느 순간 침몰할 수 있는 위기가 찾아온다. 차로 말하면 주행 중 브레이크와 핸들 조작은 굉장히 중요하다. 인생의 주행 중에도 중요한 것은 차의 크기나 속도가 아니라, 안전하게 목적지에 도달하는 것이다. 익숙한 운전이라 해서 속도를 높이다 보면 어느 순간 사고가 나게 마련이다. 그래서 자의든 타의든 속도를 늘이려고 하는 유혹을 이겨내야 한다. “더 빨리, 더 크게”라는 유혹을 이겨야 한다. 물론 속도를 낸다는 것이 모두 나쁜 것은 아니다. 그 속도의 인생에 경계해야 하는 것이 탐욕이다. 탐욕이 있는 상태에서 속도를 붙이면 영혼도 병들고 육신의 삶도 피폐해진다.

아이작 스톤의 유명한 일화가 있다. 유명한 바이올린 연주자인 아이작 스톤이 중국을 방문했을 때이다. 중국에서는 전국에서 선발한 어린아이들을 모아서 국립관현악단을 조직했다. 14억 인구 중에 선발된 아이들이니까 그 탁월한 기교와 기술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거기다가 공산주의 특유의 스파르타식 교육으로 훈련을 시켰기 때문에 열 살 안팎의 어린아이들이 차이코프스키의 어려운 곡들도 굉장히 잘 연주했다. 연주가 끝난 뒤 자랑스러운 마음으로 책임자가 아이작 스톤에게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아이작 스톤은 두 가지를 생각했다고 했다. “첫째, 어린 나이에 기교 있는 음악을 아이들이 연주하는 것을 보고 놀랐다. 둘째, 그러면서도 이토록 영혼이 없는 연주를 하는 것을 보고 놀랐다” 얼마나 무서운 이야기인가? 스파르타식 훈련을 통해 빠른 시간 내에 연주의 기법을 터득하는 것은 가능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그 연주의 생명력은 살아나지 못한다는 것이다. 영혼이 없는 연주, 영감이 사라진 연주는 사람의 마음을 터치하지 못하는 것이다.

성공하는데 속도는 중요한 부분일 수 있다. 그러나 영혼의 양심이 없고 삶의 이유와 의미가 없이 남들이 그렇게 살아가는 것이니까 속도를 높여 산다면 경쟁 속에서 죽지 않기 위해 살아가는 동물과 다를 바 없다. 아무리 바쁘더라도 자신의 영혼이 얼마나 건강한지 진지하게 하나님께 물어볼 필요가 있다. 속도를 통한 인생성공보다 방향을 통한 삶의 의미와 영혼의 깊이를 담아내는 우리의 일상이 더 우선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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