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규열 일대일로연구원 부원장/전 서울디지털대학교 중국학부 교수
오규열 일대일로연구원 부원장/전 서울디지털대학교 중국학부 교수

[한국농어촌방송/경남=오규열 일대일로연구원 부원장/전 서울디지털대학교 중국학부 교수] 인류는 끊임없이 발전하고 진보를 거듭해 왔다. 인류의 진보를 가장 분명하게 설명해주는 것이 기대수명의 연장이다. 과거 환갑이면 이승과 작별을 준비해야 할 나이였으나 이제는 인생 2모작을 준비하는 새로운 출발점이다. 이처럼 지식의 진보는 인간을 배고픔으로부터 해방시켜 주었고 더 오래 풍요롭게 살 수 있도록 해주었다. 거창하게 인류의 역사를 논하지 않고 가까이 대한민국의 50~60년 전을 되돌아보기만 해도 우리가 얼마나 진보했는지 알 수 있다. 1950년대 대한민국 국민들은 생존을 위한 식량 마련에 온 힘을 써야 했고 오염되지 않은 식수를 구하기 위해 우물을 파야 했다. 당시는 만성적인 빈곤에 시달렸기 때문에 영아 사망률은 높았고 기대수명은 60세에 머물렀다. 그러나 2019년 대한민국은 식량을 걱정하지 않는 국가가 되었고 세계 최고의 상수도 보급률을 자랑한다. 상수도는 수인성 질병으로부터 인간의 건강을 지키는 가장 강한 무기이다. 자유와 평등이 보장된 체제에서 국민들은 문해력을 높임으로써 집단지성이 형성하여 새로운 진보를 이끌고 있다.

진보를 이끄는 가장 큰 원동력은 인간의 지성이다. 지성은 언제나 재생산이 가능하며 유기적인 통합을 이룰 수 있어 끊임없이 진보를 이끌어 간다. 고비 고비마다 인류의 진보를 획기적으로 이끌어 온 사람들은 과학자와 기업가들이었다. 여전히 과학자들과 기업가들은 기술을 개선하고 신기술을 발명함으로써 새로운 진보를 이끌어 가고 있다.

과거 인류는 난방과 조리를 위해 나무를 사용했다. 그러나 그 효율이 낮아 산업화를 이룩할 수 없었다. 대량생산이 불가능했던 것이다. 그러나 석탄과 석유를 사용한 증기기관의 발명은 산업화를 촉진하여 인간의 생활을 획기적으로 변화시켰다. 그러나 인류의 과도한 화석연료 사용은 막대한 CO2를 배출하여 지구 온난화라는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였다. 이에 인류는 열효율이 높고 탄소 배출이 적은 원자로를 개발하였다. 그러나 1-2세대 원자로는 대형 사고의 위험과 원자력 발전을 하고 남은 방사능 폐기물 처리라는 한계를 지니고 있다. 대표적인 사고가 체르노빌 방사능 누출과 후쿠시마 원전사고이다.

과거 기술개발이 진보를 이끌었듯이 원전도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진화하였다. 인류가 3세대 원자로를 개발한 것이다. 2011년 동일본대지진으로 야기된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전력 공급이 끊겨 방사능 물질과 사용후핵연료를 냉각시킬 수 없었기 때문에 일어난 대형 사고였다. 그러나 3세대 원자로는 높은 열효율과 뛰어난 연료 기술, 물리적 충격에 대비한 피동형 안전시스템에 의한 냉각 장치를 갖추고 있다. 만약 후쿠시마 원전이 피동형 안전시스템을 갖추고 있었다면 전력이 끊겨도 중력만으로 물을 순환시키고 차가운 외부 공기도 순환시켜 발전 시설을 냉각시킴으로써 방사능 누출 사고를 방지할 수 있었을 것이다. 3세대 원자로의 개발로 원전의 안전성은 향상되고 비용은 절감되었으며 가동 수명도 30%이상 길어졌다.

최근 원자력 학계는 제3세대 원자로를 넘어 4세대 원자로를 연구하고 있다. 4세대 원자로는 피동형 안전시스템을 갖추고 있음은 물론 동일한 연료로 수백 배의 에너지를 얻어 폐기물 처리를 근원적으로 해결하는 원자로를 가리킨다. 제4세대 고속 원자로는 폐기물도 태우는 시스템이며 원자로가 과열되면 연료가 팽창하여 스스로 반응이 느려지면서 온도가 올라가지 않는다. 따라서 체르노빌이나 후쿠시마와 같은 원전 사고는 일어날 수 없다. 에너지의 판도를 바꾸어 놓을 4세대 조립식 소형 원자로 개발은 미국의 최고 갑부인 빌게이츠의 투자에 의해 진행되고 있다.

제4세대 원자로를 개발하는 미국의 테라파워 설립자는 현재 처리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저준위 우라늄과 폐연료봉을 태워 처리하면 세계가 필요한 전기를 1000년 이상 공급할 수 있다며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런데 한국의 진보진영은 원전기술의 발전을 통한 인류의 진보를 외면하고 탈원전을 주장하고 있다. 문제가 있으면 해결할 시도는 하지 않고 모르면서 진보를 가로 막고 있는 것이 한국 진보진영의 현주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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