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그림에서 따뜻함을 느꼈으면 좋겠습니다

올해 ‘추억소환’이란 이름으로 첫 개인전 열어
20대를 미친 듯이 그림만 그리면서 온전히 보내
팔리는 그림보다 내가 좋아하는 그림 그리려고 해
아이들 소재로 아이들에게 하고 싶은 얘기 그려
29일 경남문화예술회관에서 ‘아름다운 여행’ 전

서양화가 문미순(42) 작가는 “사람들이 제 그림을 보고 따뜻함을 느꼈으면 좋겠다”고 작가로서의 의미를 말했다.
서양화가 문미순(42) 작가는 “사람들이 제 그림을 보고 따뜻함을 느꼈으면 좋겠다”고 작가로서의 의미를 말했다.
[한국농어촌방송/경남=황인태 대기자] 진주에서 활동하고 있는 서양화가 문미순 작가는 “사람들이 내 그림에서 따뜻함을 느꼈으면 좋겠다”고 자신의 작가로서의 의미를 말했다. 화가가 여러 화풍이 있지만 문 작가는 주로 따뜻한 이야기, 아름다운 이야기들을 소재로 해서 그림을 그린다. 그래서 올해 자신의 첫 개인전 이름도 ‘추억 소환’이라 이름 지었다.

지난 5월 10일부터 경남문화예술회관에서 가진 문 작가의 첫 개인전은 전시회 이름처럼 주로 우리 어른들이 어릴 적 가졌을 법한 추억들을 소재로 해서 그린 그림을 출품했다. 개울에서 물놀이하는 모습, 땅따먹기하며 노는 아이들, 늦은 가을 노랗게 물들어 떨어진 은행나무 낙엽들을 가지고 장난치는 아이들이 주로 소재가 됐다. 문 작가는 이런 작품들에 대해 “제가 아이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들”이라고 말했다. 요즈음 아이들은 그럼에 표현된 것처럼 놀지 않는다. 그래서 이렇게 놀았으면 하는 작가의 소망이 담긴 작품들이라고 했다.

문 작가는 7살 때부터 화가가 되는 것이 꿈이었다고 했다. 단 한 번도 화가가 되는 것 이외의 꿈을 꿔 본 적이 없다는 게 문 작가의 회고다. 그래서 지금도 그림을 그릴 수 있다는 데 대해 행복해 한다. 미대가 아닌 디자인학과를 졸업한 문 작가는 그러나 화가의 꿈을 실현시키기 위해 20대를 그림만 그리면서 지냈다고 한다. 친구들과의 그 흔한 술자리 한번 해보지 않았다. 친구들과 놀아보지도 연애하지도 않으면서 그림만 그렸다고 한다. 그렇게 20대를 보내니 어느 정도 그림에 대한 갈증이 해소돼 본격적인 화가로의 길로 들어설 수 있었다고 했다.

문 작가는 지금도 다작 작가라고 자신을 평가했다. 많이 그리는 작가, 열심히 하는 작가라는 의미이다. 그러나 이렇게 많이 그려도 그림이 잘 팔리진 않는다고 했다. 대중이 원하는 그림보다 자신이 좋아하는 그림을 그리기 때문이란다. “팔리는 그림을 그릴 것인가. 자기가 좋아하는 그림을 그릴 것인가. 이것은 죽을 때까지 작가들이 고민하는 딜레마입니다. 저는 제가 좋아하는 그림을 그리기로 작정한 사람입니다” 문 작가는 고민이 없지 않지만 자기가 좋아하는 그림을 그리기로 작정했다고 했다.

오는 11월 29일부터 경남문화예술회관에서 ‘아름다운 여행 전’이 열린다. 올해로 20주년에 해당하는 역사가 있는 전시회이다. 여성들만 참가하는 전시회로서 대작을 할 수 있고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작가들이 주로 회원이다. 이 전시회에 문 작가는 ‘숨바꼭질’ 이름의 240호 작품과 ‘꿈꾸는 아이’ 이름의 100호 등 두 개의 작품을 출품한다. 올해가 20주년 기념 전시회이기 때문에 회원들이 100호 이상의 대작들을 한 개 이상씩 출품하기로 약속을 했기 때문이다. 문 작가는 20주년 ‘아름다운 여행 전’이 경남에서 활동하고 있는 여류화가들의 진면목을 알릴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했다.

 


 

▲올해 ‘추억소환’이라는 독특한 이름의 개인전을 열었다. 그 의미가 무엇인가.

-‘추억소환’이라는 이름을 붙인 것은 전시된 그림들 대부분이 우리가 추억으로 간직하고 있던 것들을 그림으로 표현했기 때문에 그렇다. 어른들에게는 추억을 소환하는 소재이기 때문에 그렇게 이름을 지었지만 사실은 지금의 아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사라지는 얘기들이다.

▲지금의 아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얘기라는 게 무슨 말인가.

-추억소환에 나오는 그림들의 소재가 된 내용들이 지금의 아이들은 하지 않는 놀이거나 풍경들이다. 지금의 아이들은 개울에서 물놀이를 하지 않는다. 또 노랗게 단풍이 든 은행나무 잎으로 장난치며 놀지 않는다. 그러나 저는 이런 놀이들이 우리의 감성을 풍성하게 했고 우리에게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아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이런 놀이들을 이야기해 주고 싶다.

▲지금의 아이들에게 이런 게 필요할까.

-지금의 아이들은 너무 바쁘게 산다. 또 조금의 시간만 있으면 컴퓨터나 스마트폰과 지낸다. 그런데 저는 개인적으로 그런 것보다는 제 그림에 나오는 추억의 이야기들이 사람들에게 더 필요한 게 아닐까 그렇게 생각한다. 그래서 그런 풍경들을 ‘추억소환’이라는 이름으로 그렸다.

▲전시회는 언제 했나.

-올해 5월 10일부터 14일까지 경남문화예술회관에서 열었다.

▲대중의 반응이 어떻던가.

-대중들이 제 그림을 그리 잘 사지는 않는 것 같다. 대중들은 이런 그림보다는 예쁜 풍경이라든지, 꽃그림이라든지 이런 것들을 더 좋아하는 것 같다. 그러나 저는 잘 팔리지 않아도 제가 좋아하는 그림들을 그리고 싶다. 지금까지 그래 왔다.

▲그렇게 하는 것이 참 힘들 텐데.

-사실 그림을 그리는 데는 비용이 많이 든다. 제가 화실을 운영하는 것도 그러한 그림 그리는 데 들어가는 비용을 조달하기 위한 목적이다. 생활비야 남편이 버는 돈으로 충당이 가능하다. 그러나 그림 그리는 비용까지 남편한테 의존하고 싶지는 않다. 그래서 제가 벌어서 비용을 충당하고 있다.

▲그림은 언제부터 시작했나.

-저는 7살 때 꿈이 화가가 되는 것이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다른 꿈을 꿔 본 적이 없다. 저는 늘 화가가 되는 것이 꿈이었고 지금도 그 길만이 저의 유일한 길이라고 생각하고 그리고 있다.

▲본격적으로는 언제부터 시작했나.

-대학을 미대가 아닌 디자인학과에 진학했다. 부모님께 더 욕심을 내서 미대로 진학할 수도 있었는데 그때는 그리 못했다. 그래서 대학을 졸업하고 나서 본격적으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20대에는 그림 그리고 알바 한다고 아무 일도 하지 못했다. 친구도 만나지 못했고 놀지도 못했다. 친구들과 술 한 잔 하러 나가 본 적이 없다. 연애도 하지 못했다. 연애도 지금의 남편을 만난 게 전부다. 정말 미친 듯이 그림만 생각하고 그림만 그리면서 보냈다. 지금 생각하면 어떻게 그리 치열하게 살았는지 싶다.

▲그렇게 열심히 한 이유가 무엇인가.

-저는 지금까지 제가 그림에 재능이 있다고 생각해 보지는 않았다. 그냥 좋아하니까 올인했다. 이렇게 미친 듯이 그리고 나니까 어느 정도 갈증이 해소됐다. 그때부터 평정심을 가지고 작가로서 길을 걸을 수 있었다.

▲자신의 그림은 어떤 화풍인가.

-굳이 말하자면 인상파에 해당한다고 하겠다. 그때 그때 빛이 주는 다양한 모습들을 표현한다고 보면 된다.

▲사람들이 문 작가에 대해 뭐라고 평가하나.

-다작을 하는 작가이고 대작을 할 수 있는 작가이다. 이렇게 평가하는 걸로 알고 있다.

▲다작이라면 많이 그린다는 뜻인가.

-그렇다. 저는 많이 그리고 있다.

▲대작은 무슨 뜻인가.

-요즈음은 서양화의 경우 자그맣게 그리는 게 경향이다. 50호 이상을 대작이라고 하는데 화가들이 그런 걸 잘 안 그린다. 그런데 저는 잘 그린다. 그래서 대작을 하는 작가라고 말하는 거다.

▲다작 작가라면 그림이 많을 텐데 잘 팔리나.

-앞에서도 말했지만 잘 안 팔린다.

▲그럼 어떻게 하나.

-주로 창고에 보관을 한다. 창고에 그림이 가득하다.

▲창고에 보관할 것을 왜 그리나.

-그게 작가들의 딜레마이다. 대중이 좋아하는 것을 그릴 것인가 제가 좋아하는 것을 그릴 것인가. 그런데 저는 제가 좋아하는 것을 그린다.

▲요즈음은 주로 그리는 게 어떤 것들인가.

-추억소환 전에서 나오는 것과 같은 아이들이 소재가 된 그림을 주로 그린다. 그 아이들은 대부분 내 아이들이다.

▲주로 어떤 사람들과 교류하나.

-제가 제일 열심을 가지고 활동하는 모임은 ‘아름다운 여행 전’이다. 이 모임은 15명 정도의 여성들로만 구성된 회원전이다. 1999년 시작해 올해로 20주년이 된다. 올해는 11월 29일부터 경남문화예술회관에서 20주년 기념 전시회가 열린다.

▲문 작가는 어떤 작품을 출품하나.

-저는 숨바꼭질이라고 이름 지은 240호 작품과 꿈꾸는 아이라는 100호 작품 둘을 출품한다.

▲240호라면 대단한 크기 아닌가.

-그렇다. 이번에 80호짜리 세 개 그림을 붙여서 240호를 만들었다.

▲이번에 어떤 작가들이 출품하나.

-저를 비롯해, 박영숙, 조현순, 권연순, 조순미, 이윤자, 권혁춘, 전혜영, 박미숙, 혹현정, 이예운, 김미숙 작가 등 모두 12명이 작품을 내 놨다.

▲‘아름다운 여행 전’에서 활동하는 작가들은 주로 어떤 사람들이 회원인가.

-30세부터 입회자격이 부여되는 데 대작을 할 수 있는 작가가 기본 자격요건이다. 대작을 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현재 활발히 활동하는 작가들이 주로 회원으로 돼 있다.

▲전업 작가들인가.

-아니다. 전업 작가도 있고 다른 직업을 가지고 있는 분들도 있다.

▲그외 활동하는 단체는 어딘가.

-경남전업작가회에도 열심히 참가하고 있다.

▲화가로서 어떤 평가를 받기를 원하나.

-화가로서 평가라기보다는 그 누구라도 제 그림에서 따뜻함을 느꼈으면 좋겠다. 제 그림을 보고 아 기분 좋다, 따뜻하다는 그런 느낌을 받고 가면 제가 작가로서 존재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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