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교회(평안동) 담임목사
진주교회(평안동) 담임목사

[한국농어촌방송/경남=김기덕 진주교회(평안동) 담임목사] UCLA 의과대학의 한 교수가 졸업을 앞둔 학생들에게 질문을 던졌다. “아버지는 매독에 걸려있고, 엄마는 폐결핵 환자이다. 여기서 아이 넷이 태어났는데 첫째 아이는 매독 균으로 맹인이 되었고 둘째 아이는 이미 병들어 죽었고, 셋째 아이는 역시 부모의 병 때문에 귀머리가 되었고 넷째 아이는 결핵환자가 되었다. 그런데 어머니가 또 임신을 했다. 그러면 이런 경우 그대들이라면 어떻게 하겠는가?” 하고 질문을 던졌다. 그랬더니 하나같이 입을 모으기를 “유산시켜야 한다”고 했다. 그런 악조건에서 아이를 낳는다는 것은 그 아이에게 죽음을 주는 것이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학생들의 한결같은 대답에 교수는 아주 정중히 말하기를 “그대들은 지금 베토벤을 죽였어”

우리가 아는 악성 베토벤은 바로 그런 환경 가운데 태어났다. 누구든지 유산시켜야 마땅하다고 판단할 만한 환경가운데 태어난 다섯 번째 아이가 베토벤이다. 그는 불행한 환경에서 태어났을 뿐만 아니라 나중에는 음악가로서 가장 치명적인 청각 장애를 안고 살았다. 그러나 이 모든 한계 상황을 뛰어 넘어 불후의 명작을 남김으로써 수많은 사람들에게 감동과 아름다움을 선물한 사람이 되었다.

귀가 점점 어두워지고 결국 아무것도 들을 수 없는 때에 베토벤은 가장 훌륭한 음악을 만들어내었다. 이렇게 듣지 못하는 어려움 속에서 오히려 그의 음악성은 더욱 좋아졌을 뿐 아니라 신앙 역시 깊어졌다. 그의 일기에 남겨진 다음과 같은 기도는 그의 신앙의 일면을 엿보게 한다. “어떤 방법으로든지 저로 하여금 당신(하나님)을 향하게 하시고 훌륭한 작품들로 열매를 맺게 하소서.” 그의 음악 마지막 부분은 항상 환희로 가득 차 있는데 그것은 고통을 극복한 신앙의 산물이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만나는 어려운 문제들을 직면한다. 그 어려운 문제가 고난이 되기도 하고 고통이 되기도 한다. 모든 사람은 누구나 고난과 고통을 싫어한다. 인생을 살면서 좀 더 안락하고 편리하고 품격 있는 인생을 살면서 성공하고 싶어 한다. 그러나 현실은 냉혹하게도 인생한파를 경험한다. 그 차디찬 고난의 한파가 사람들의 마음을 얼게 만들고 마음마저 무너지게 한다. 그래서 극단의 선택을 하는 이웃들도 참 많아졌다. 인생은 고난의 연속이다. 어쩔 수 없이 맞닥뜨리는 고통이 당연히 많은 것이 인생인 것이다. 그렇다면 고난을 해석하는 지혜가 있다면 고난은 오히려 축복의 통로가 됨을 알아야 한다.

물고기가 그물에 걸리면 빠져나가려고 온 힘을 쓰다가 결국에는 지쳐서 몸이 상한 채로 죽고 만다. 오로지 그물에서 벗어나고 푼 갈망에 그물에 찢기는 자신을 생각하지 못한다. 삶에는 이런 그물과도 같이 얽긴 고통과 힘겨움이 있다. 아무리 애를 써도 점점 미궁으로 끌려가기도 하며 결국 포기하고 삶 전체를 망치기도 한다. 그렇다면 그냥 망치는 인생으로 살 것이 아니라, 피할 수 없는 삶의 시련이 온다면 즐길 수 있는 마음의 넉넉함과 서두르지 않는 차분함이 필요하다. 그런데 인생의 시련은 우리 속 깊은 곳에 자리한 신비한 능력을 끌어내주는 고마운 힘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스도인은 그러한 고난을 통해 하나님의 깊은 은혜를 발견한다. 많은 그리스도인들은 고난과 고통이라는 과정을 통해 하나님의 손길을 경험하며 그것이 영혼구원이 이루는 변장된 축복이었음을 간증한다. 많이 가지고 많이 누리는 것이 복이 아니라, 어려운 환경에서도 하나님의 뜻을 발견함으로 그 고난을 이기는 법을 배운다. 또 이기게 해주신다. 눈앞에 닥친 시련이 혹독하지만, 인생의 여정을 지나서 돌아보면 하나님의 은혜가 있었음을 모든 지구촌의 그리스도인들은 한 결같이 고백한다. 고난은 변장된 축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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