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대일로연구원 부원장전/서울디지털대학교 중국학부 교수
일대일로연구원 부원장전/서울디지털대학교 중국학부 교수

[한국농어촌방속/경남=오규열 일대일로연구원 부원장/전 서울디지털대학교 중국학부 교수] 중국 사람들은 붉은색을 상서롭다고 여겨 매우 좋아한다. 명절은 물론 결혼, 생일날이 되면 온통 붉은색으로 장식하여 즐거움을 표시한다. 중국인들은 붉은색을 태양의 색으로 생각하여 기쁨과 행운으로 여긴다. 태양이 비쳐야 만물이 소생하듯 붉은 장식이 있어야 생명의 기운이 깃든다고 인식한다. 중국에서 붉을 홍(红)은 최고의 행운을 의미한다. 사업이 번창하라고 축원할 때, 카이먼홍(开门红)이라고 말하는데 직역하면 문을 열어 붉은 것을 받으라는 의미이다. 일이 잘되라는 덕담은 조우홍윈(走红运)이라고 하는데 직역하면 붉은 곳으로 가라는 말이다. 축하할 일의 문서와 청첩장, 표창장, 신부의 예식 옷 등이 모두 붉은색이다. 각종 경축행사는 모두 붉은색으로 장식되어있다.

중국의 국기는 붉은 바탕에 황금색의 다섯 개의 별이 새겨진 오성홍기이다. 오성홍기의 큰 별은 중국 공산당을 뜻하며 네 개의 작은 별은 노동자, 농민, 소자산 계급과 민족자산 계급을 나타낸다. 붉은색은 혁명을 별의 색인 황금색은 광명을 뜻한다. 네 개의 작은 별은 큰 별의 중심으로 한 곳으로 모여 있는데, 이는 중국 공산당의 영도에 노동자, 농민, 소자산 계급과 민족자산 계급이 단결하여 따른다는 의미이다. 이를 이데올로기적으로 분석하면 1949년 10월 1일 건국한 중화인민공화국은 사회주의도 공산주의도 아닌 신민주주의론에 의거한 계급연합정권이었다. 그래서 국기가 오성홍기가 된 것이다. 모택동은 맑스·레닌주의를 변용하여 중국혁명에 성공하였다. 그러나 노동자 계급만의 사회주의 국가를 수립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하여 자산계급이 포함된 신민주주의 정권으로 시작하였다. 물론 사회주의로의 개조를 거쳐 사회주의 노선을 추구했으나 초기 중국은 사회주의 정권이 아니었다. 그래서 자산계급의 이익을 대변하는 정치협상회의라는 독특한 정치기구가 아직까지 존재하는 것이다.

반면 북한은 중국과 다르게 사회주의로 출발하여 백두혈통의 전제주의 국가로 발전한 나라이다. 국가를 지탱하는 최후의 보루는 군이다. 중국 공산당은 노동자와 농민을 붉은 군대(紅軍)로 조직하여 혁명에 성공하였다. 그리고 이를 인민해방군으로 개칭하였다. 그러나 아직까지 인민해방군을 지휘하는 것은 중국 국가주석이 아닌 중국 공산당 중앙군사위원회 주석이다. 바꾸어 말해 여전히 중국인민해방군은 중국이라는 국가의 군대가 아닌 중국 공산당의 군대인 것이다. 북한은 이와는 또 다른 형태이다. 북한의 최후 보루인 조선인민군은 조선노동당의 군대가 아닌 백두혈통의 무장조직이다. 중국의 최고지도자를 시진핑으로 여기는 것은 그가 인민해방군을 지휘하는 중국 공산당 중앙군사위원회 주석이기 때문이다. 역시 김정은을 북한 최고권력자로 여기는 것은 그가 조선인민군 총사령관이기 때문이다. 시진핑은 임기가 되면 중국 공산당의 절차에 따라 변경될 것이다. 아울러 시진핑이 무력을 행사하려면 중국 공산당 중앙군사위원회의 논의를 거쳐서야 한다. 그러나 북한은 이와는 다른 체제이다. 김정은은 죽어야 권력을 내놓는다. 김정은은 어떤 논의도 거치지 않고 무력을 행사할 수 있다. 2020년 6월 16일 김정은의 한마디에 폭파된 남북연락사무소가 이를 대변하는 좋은 예이다. 이 때문에 북한을 불안해하고 못 믿는 것이다.

북한과의 교류와 협력을 강조하는 인사들은 일관되게 북한이 합리적인 판단을 내린다는 점을 강조하며 북한의 핵이 현실적인 위협이 아니라고 진단한다. 그리고 북한의 입장에 대한 이해를 구하고자 노력한다. 문재인정부는 출범한 이후, 변함없이 미국과 북한간의 협상을 성의 있게 중재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정은은 순식간에 평화와 교류의 상징인 남북연락사무소를 파괴했다.

중국인과 달리 한국인들은 붉은색을 피와 희생으로 생각한다. 그리고 붉은색을 공산주의로 인식한다. 김일성의 남침으로 6.25전쟁에서 수많은 피를 흘린 상흔이 가슴 깊이 새겨져 있기 때문이다. 빨갱이를 다 싫어하는 이유이다. 대한민국이 북한을 이길 수밖에 없는 이유는 모두가 북한이 위협이 아니라고 말해도 위협일 수 있다고 말할 수 있는 자유가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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