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산군이 주재한 어전 회의에서 사헌부 집의 이유청· 사간원 사간 민수복·유정수·조형·손원로·신복의·안팽수·이창윤·박권이 김종직의 조의제문에 대한 의견을 말했다.

"김종직의 조의제문은 말이 많이 부도(不道)하오니, 죄가 베어도 부족하옵니다. 그러나 김종직이 이미 죽었으니 작호(爵號)를 추탈하고 자손을 폐고(廢錮)하는 것이 어떠하옵니까?"

사헌부와 사간원의 대간들은 나흘 전에 연산군의 실록 열람에 반대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김종직이 이미 죽었으므로 부관참시라는 극형은 필요하지 않다는 원칙적 입장에서 의견을 제시한 것이다.

대간의 의견을 주도한 사헌부 집의 이유청(李惟淸 1459~1531)과 사간원 사간 민수복이었다. 이유청은 목은(牧隱) 이색(李穡 1328∼1396)의 고손자이다. 목은 이색은 포은(圃隱) 정몽주(鄭夢周), 야은(冶隱) 길재(吉再)와 함께 삼은(三隱)의 한 사람이다. 이유청의 아버지는 참찬 이훈이며, 어머니는 효령대군(孝寧大君)의 딸이다.

이유청은 1486년(성종 17)에 급제하여 1491년에 사헌부 지평이 되고 1493년 사헌부 장령, 1497년부터 사헌부 집의로 일했다.

민수복은 1497년 1월에 사헌부 장령이 되었고, 1598년 5월에 사간원 사간으로 임명되었다.

한편 여러 신하들의 의견을 들은 연산군은 정문형 등이 제시한 의견을 따랐다. 즉 대역(大逆)죄로 논단하고 부관 참시(剖棺斬屍)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그런데 연산군은 어필(御筆)로 사헌부 집의 이유청과 사간원 사간 민수복등의 논의에 표시를 하고, 윤필상 등에게 보이며 전교했다.

"김종직의 대역이 이미 나타났는데도 이 무리들이 논의를 이렇게 하였으니, 이는 비호하려는 것이다. 어찌 이와 같이 통탄스러운 일이 있느냐. 그들이 앉아 있는 곳으로 가서 잡아다가 형장 심문을 하라."

이때 여러 재상과 대간과 홍문 관원이 모두 자리에 있었는데, 갑자기 나장(羅將) 십여 인이 철쇄(鐵鎖)를 가지고 일시에 달려드니, 재상 이하가 놀라 일어서지 않는 자가 없었다.

현장에서 이유청 등은 형장 30대를 받았는데, 모두 다른 뜻은 없었다고 진술하였다.

이 사건은 무오사화에서 삼사가 직접 처벌된 첫 번째 사례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이 사건을 기점으로 사화의 주요 처벌대상은 김종직 일파와 삼사라는 두 부류로 좁혀졌다. (김범 지음, 사화와 반정의 시대, 역사의 아침, 2015, p 115)

이러자 대사헌 강귀손이 김종직의 일로 대간들이 심문을 받는다 하여 대죄(待罪)를 하였다.

대사헌 강귀손이 아뢰었다.

"금일 사헌부의 집의 이하가 다 궐정(闕庭)에 나아가 의견을 모은 초본을 신에게 보여주는데, 신의 의사와는 같지 않았으나 의견이 공사(公事)가 아니므로 예사로 보고 가부를 논하지 않았는데, 지금 이유청 이하가 모두 형장 심문을 받으니, 신도 의초(議草)를 참견하였는지라 마음이 실로 편안하지 아니하옵니다. 피혐(避嫌)하옵니다."

이러자 연산군이 "대사헌은 동료들을 보고 더불어 말하지 아니하는가?"라고 전교했다.

이윽고 강귀손이 아뢰었다.

"의견 초본에 ‘후세의 두 마음 품는 자를 경계한다.’ 하였기에, 신이 ‘이는 문세(文勢)가 너무 느슨하지 않느냐?’고 말하였을 뿐이오며, 이밖에 다른 말은 없었습니다."

이후 연산군은 전교하였다. "대간이 죄가 있어 형장 심문을 한 것이다. 경은 대죄(待罪)하지 말라." (연산군일기 1498년 7월 17일 3번째 기사)

한편 7월21일에 이유청· 민수복 등은 국문을 받았다. 이들은 "신 등이 망령된 의논을 했을 따름이옵고, 딴 사정은 없사옵니다."라고 공초했다.

연산군은 "대간 등이 스스로 이르기를, ‘임금과 더불어 시비를 다툰다.’ 하고, 또 이르기를, ‘선(善)을 진술하고, 사(邪)를 막아 버리는 것을 공(恭)이라 이른다.’ 하였지만, 큰일을 당하여 그 의논이 이와 같으면 어찌 옳다 하겠는가. 이들을 다시 신문한다면 마땅히 형장 신문을 해야 하겠는데, 장차 어떻게 처리해야 하겠느냐?"라고 윤필상 등에게 전교했다. (연산군일기 1498년 7월 21일)

예림서원 안내문 (사진=김세곤)
예림서원 안내문 (사진=김세곤)
예림서원 (사진=김세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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