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규열 일대일로연구원 부원장/전 서울디지털대학교 중국학부 교수
오규열 일대일로연구원 부원장/전 서울디지털대학교 중국학부 교수

[한국농어촌방송/경남=오규열 일대일로연구원 부원장/전 서울디지털대학교 중국학부 교수] 2020년 11월 15일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10개국과 한·중·일 3개국, 호주·뉴질랜드 등 15개국 정상들이 세계 최대 규모의 자유무역협정(FTA)인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에 서명했다. RCEP는 2012년 11월 협상을 시작하여 8년 만에 정상들의 서명에 이르게 되었다. RCEP 참가국들의 국내총생산(GDP)을 모두 합치면 전 세계의 30%에 달하고 역내 인구도 34억 명으로 세계 최대 규모의 메가 FTA다.

RCEP는 가맹국 사이에 관세를 낮추고 체계적인 무역·투자 시스템을 확립해 교역을 활성화한다는 목적으로 출범했다. 가입국 간 원산지 기준을 동일화해 기업이 FTA 혜택을 볼 수 있고, 지식재산권 보호와 경제 기술 협력 등 여러 방면에서 이득이 생길 것으로 기대된다. 문 대통령은 이날 정상회의 발언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세계적 위기 속에서도 거대 경제 공동체를 출범시켜 자유무역의 중요성을 세계에 알렸다”며 “상호 협력을 촉진해 코로나19 위기를 함께 극복하자”고 했다. 이제 각국이 국회 비준을 마치면 RCEP는 발효될 것이다.

RCEP 체결로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확대될 것이란 분석이 있다. RCEP는 중국이 참여한 최초의 다자간 FTA이다. RCEP 체결로 자동차를 비롯한 국내 산업계 전반에 긍정적인 효과가 기대된다. 반면 농업의 경우 더욱 어려운 환경에 놓일 것으로 예견된다. 이번 RCEP 최대 수혜국은 일본이 될 것이다. 일본은 RCEP 체결국 가운데 중국과 한국 모두와 양자 FTA를 맺지 않은 나라인데 RCEP 체결로 일거에 양자 FTA 체결의 효과를 얻게 되었기 때문이다.

한편 더욱 주의 깊게 관찰해야 할 대목은 미국 바이든 행정부의 통상정책이다. 오바마 행정부 때 미국은 RCEP에 맞서 TPP 등 다자간 메가 FTA를 추진하였다. 그러나 보호무역주의를 주장한 트럼프에게 미국 제조업이 쇠락한 러스트벨트에서 표를 잃어 정권을 내준 경험이 있다. 따라서 바이든은 이번 선거기간에는 “미국 제조업에 의미 있는 투자가 이뤄질 때까지 새로운 무역협정은 체결하지 않겠다”고 공약했고 민주당은 보호무역주의 기조를 내세우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가 2022년 중간선거까지 메가 FTA 추진을 보류할지, TPP를 재추진해 중국의 경제적 부상을 견제하려고 나설지 지켜볼 대목이다.

코로나19 위기 상황 속에서도 한국은 수출을 통해 여타 다른 나라에 비해 경제적으로 선방하고 있다. 우리나라 경제구조의 특성상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 수출이 원활하게 이루어진다면 경제 위기는 막을 수 있다. 따라서 수출 여건이 좋은 대외 환경을 만드는 것은 사활이 달린 문제이다.

코로나 백신이 곧 상용화될 것으로 보이면서 경기도 바닥을 지나 회복의 신호를 보내고 있다. 그러나 코로나 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급격하게 내린 금리와 확대된 유동성은 지금부터 제대로 관리하지 않으면 새로운 경제 위기를 초래할 것이다. 2021년은 통화팽창으로 인해 물가가 상승하는 인플레이션이 나타날 확률이 높다. 문재인 정부 후반기 과제는 경기회복을 저해하지 않는 수준에서 금리를 인상해 인플레이션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시중의 풍부한 자금은 집값을 사상 최대로 올렸고 주식 시장을 최고로 상승시켰다. 이제 다른 물가가 오르기 시작할 것이다. 그런데 물가를 안정시키기 위해 금리를 급하게 인상할 경우, 부채비율이 높은 기업과 가계는 파산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그렇다고 너무 느리게 인상한다면 물가 폭등으로 서민경제는 매우 어려운 상황에 직면할 것이다.

2020년 정부는 재난지원금을 비롯한 추경 등, 확장적 재정을 통해 코로나 위기를 극복하고자 노력하였다. 다가오는 새해에는 이로 인해 야기된 국가채무도 줄여야 하는 과제도 안게 되었다. 선제적 금리 인하와 확장된 재정으로 2020년의 코로나 위기는 넘겼으나 한계기업의 구조조정은 미루어졌다. 문재인 정부의 진짜 실력은 2021년 경제정책에 의해 판결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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