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연 서울시교육감 [뉴스1]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뉴스1]

 

[한국농어촌방송=오두환 기자] 초등학교 1·2학년을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학폭위) 처분 대상에서 제외하자는 주장이 나오면서 조만간 이 문제가 공론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초등학교 1·2학년을 학폭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제안한다"며 "이 시기의 학생들은 처벌보다는 학교에서 사회화에 필요한 규범·규칙을 습득하고 다양한 관계 속에서 갈등을 해결해 나가는 생활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23일 서울교육청 등에 따르면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장인 조 교육감은 이런 내용을 골자로 하는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법'(학폭법)의 개정 문제를 늦어도 올해 상반기 중 교육감협의회 총회 안건으로 상정할 예정입니다.

학폭위 등 현행 제도는 지난 2012년 학폭법이 대폭 개정되면서 마련됐습니다.

현행 학폭법은 초1부터 고3까지 모든 학년을 학폭위 처분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는데 사회적 경험이 부족한 초1·2학년까지 법적·제도적 처분의 대상에 포함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것이 조 교육감의 주장입니다.

조 교육감은 초등 1·2학년을 학폭위 처분 대상에서 제외하는 학폭법 개정안을 교육감협의회의 대정부 제안 방식으로 추진할 계획입니다. 정부가 이를 받아들여 국회에 제출하면 공은 국회로 넘어가게 됩니다.

하지만 초등 1·2학년을 학폭위 처분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을 놓고는 찬반양론이 격렬하게 대립할 것으로 보입니다.

조 교육감이 언급한 대로 사회성을 배워 나가는 초1·2학년 학생 간 사소한 다툼까지 학폭위라는 법률적·제도적 테두리 안에서 해결하는 것이 과도하다는 주장이 있지만 나이가 아니라 학교폭력의 정도와 피해 정도가 학폭위 처분 대상의 기준이 돼야 한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습니다.

김동석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교권본부장은 조 교육감의 주장에 대해 "방향성과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문제는 '어떻게' 할 것이냐다"며 "초1·2학년의 학폭위 처분이 비교육적이라 과도하다는 주장도 있지만 학폭이 저연령화·흉포화하는 문제가 있어서 명확한 대안이 없이는 학생·학부모·학교의 갈등이 오히려 악화할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김 본부장은 "학폭이 다양화되고 학폭이 이뤄지는 범위가 너무 광범위해 학폭의 정의를 축소하고 학폭위 처분 대상을 명확히 하는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며 "조 교육감이 제안한 것은 교직 사회뿐만 아니라 학부모를 비롯해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사안"이라고 밝혔습니다.

국회 교육위원회 국민의힘 간사인 이태규 의원도 "학교폭력에 대한 제재를 어떻게 할 것인가는 연령이 기준이 아니라 폭력의 정도·강도가 기준이 돼야 한다"며 "초1·2학년만 제외한다면 1·2학년의 학폭은 괜찮다는 것인가. 자칫 사회성을 배워나가는 아이들에게 잘못된 시그널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반면 국회 교육위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김영호 의원은 "초1부터 고3까지 같은 학폭위의 테두리에 포함하는 것은 시대에 뒤떨어지는 처사"라며 "학교폭력은 초등학생과 고등학생의 양상이 다르다. 초1·2학년의 경우 분명한 조정과 화해가 가능하지만 학폭위 처분 대상으로 포함할 경우 낙인효과가 발생할 수도 있다. 초1·2학년과 고등학생을 같은 잣대로 처분한다는 것은 가혹하다고 본다"고 말했습니다.

학교폭력 전문 변호사인 안영주 변호사는 "저학년의 경우 매우 사소한 일로 학폭 심의를 제기하는 경우도 있는데, 학교폭력에 해당하지 않는 경우임에도 부모들의 자존심 싸움으로 확대돼 학폭위까지 가기도 한다"며 "학부모·학생은 학폭위를 '나름의 재판'으로 인식하고 있어서 어린 학생들에게 긴장감을 주는 것이 정서적인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은 것도 사실"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하지만 안 변호사는 "초1·2와 3~6학년을 나눈 기준의 근거가 무엇인지 의문이고, 초등학교 학폭 사안이라도 모두 경미한 것은 아니다"며 "일괄적으로 초1·2를 제외하는 것이 아니라 '적용 예외 조항'을 둬서 학폭 발생 경위나 피해 정도를 고려해 적용 예외를 두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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