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 관계자들에게 물었다①
쌀가루를 활용해 쌀 가공식품 만든다? "실현 가능할지 의문"
전략작물직불제? "긍정적이지만 쌀 농사 줄이는 건..."
‘쌀 맛나는 학교’와 ‘천원의 아침밥’ "좋은 생각이다"

벼 [뉴스1]
벼 [뉴스1]

[한국농어촌방송=이희승 기자] 정부의 쌀 소비 촉진과 수급 조절 관련 정책에 대해 농업 관계자들이 우려의 목소리를 냈습니다.

지난달 통계청이 발표한 ‘2022년 양곡소비량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56.7kg으로 전년보다 0.4%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반면 지난해 쌀 가공식품 제조업체의 쌀 소비량은 29만 1422t으로 전년보다 1만 1265t 늘었습니다.

이에 농림축산식품부(이하 농식품부)와 관련 기관은 쌀 소비 촉진과 수급 조절을 위해 네 가지 방안을 내놨습니다. 쌀가루를 활용한 가공식품 확대, 전략작물직불제, '쌀 맛나는 학교'와 '천원의 아침밥' 등 학생을 대상으로 한 캠페인, 프리미엄 쌀 품종 개발 등입니다.

전략작물직불제는 논에 벼 대신 밀, 보리, 호밀, 사료작물, 논콩, 가루쌀(분질미) 등을 재배하면 인센티브를 주는 제도입니다. 밀-분질미 이모작 전문 생산단지도 오는 2027년까지 200곳으로 늘릴 예정입니다.

'쌀 맛나는 학교'는 초등학생들이 쌀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을 갖도록 식생활 교육을 지원하는 사업입니다. '천원의 아침밥'은 쌀 소비 감소 원인 중 하나인 아침식사 결식률이 높은 대학생들이 교내 식당에서 1000원으로 아침밥을 먹도록 지원하는 사업입니다. 해당 사업으로 연간 쌀 82.8t을 소비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앞서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농정원, 전라남도 곡성군 석곡농협에서는 고품질 브랜드 쌀 '백세미(골든퀸 3호)'로 쌀 수출 활성화와 소비 확대에 나서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100세까지 건강을 지켜준다'는 뜻의 백세미는 팝콘처럼 고소한 향이 나며 탄성과 수분감이 적고 찰기와 단단함이 강한 것이 특징입니다. 

과연 이러한 정책과 대응방안이 얼마나 효과적일지, 임병희 쌀전업농중앙연합회 사무총장과 이근혁 전국농민회총연합회 정책위원장에게 직접 물어봤습니다.

가루쌀 제과전문점을 방문한 정황근 농식품부 장관 [농림축산식품부]
가루쌀 제과전문점을 방문한 정황근 농식품부 장관 [농림축산식품부]

- 쌀가루를 활용해 쌀 가공식품을 확대하는 방안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 임 사무총장: 사실 현재 정책 목표대로만 효과가 발생하면 더할 나위가 없을 텐데, 실현 가능성에 대해 의문이 드는 부분이 있다. 정부가 밀가루에 대한 활성화 대책도 10년 이상 계속 추진했는데, 지금 밀가루 시장도 안정적이지 못한 상황이다. 

가공용 국산 밀가루와 쌀가루의 가격 경쟁력이 수입산 밀가루와 쌀가루 또는 가공용 쌀보다 너무 취약하다. 이 때문에 업체에서 선호하지 않는다는 얘기들이 많이 나온다. 지금 (가격을) 비교할 수 있는 게 밥쌀밖에 없으니까 말해보자면, 보통 수입 밀가루 가격이 200원꼴이다. 국산 밥쌀은 2000원 정도로 약 10배 차이 난다. 지금 농가 소득은 밥쌀 기준으로 소득이 맞춰진 상황이다. 만약 쌀을 가공용으로 생산한다면 소득이 맞춰질 수 있느냐가 문제다. 밥쌀 생산 농가 소득과 가공용 쌀 생산 농가 소득이 맞춰져야 지속적으로 가공용 원료곡을 공급할 수 있지 않겠나.

소득을 맞추기 위해 소비자가격이 어느 정도 인상된다고 하자. 과연 소비자가 ‘국산 쌀이니까’라는 이유로 높은 가격을 감안하고 선택할 수 있는 쌀 가공식품 시장이 형성될 수 있을지도 불분명하다. 

정부에서는 5개년 정책을 계획했다. 정부에서 지원하고 정책적으로 끌고 가겠다고 한 5년 이후의 사후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나온 게 없다. 이 보이지 않는 부분 때문에 우려 섞인 말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 

▲ 이 위원장: 실제로 부족한 것은 쌀가루가 아니고 자급률이 0.8%밖에 안 되는 밀이다. 쌀은 현재 자급률이 84.6%다. 차라리 밀을 필요에 맞게 품종도 개량하고 용도에 맞게 저장하는 게 필요하다. 

빵을 만드는 밀하고 국수를 만드는 밀이 다르다. 국내에서는 '우리 밀'이라는 이름으로 막 섞어서 판매하다 보니 실제로 가공이 잘 안된다. 가공용 쌀가루가 만들어지더라도 밀처럼 섞지 않고 용도별로 분리해서 저장하거나 용도에 맞는 가공·재배 방법들이 나와야 한다. 밀을 재배하게끔 유도하고 우리 밀이 실제 제품들에 사용될 수 있도록 연구하는 것이 필요하다. 

- 전략작물직불제, 실효성은 얼마나 있을까?

▲ 임 사무총장: 이제는 법률적 근거에 따라서 만들어진다고 하니 긍정적으로 판단하고 있다. 그동안 (전략작물직불제)는 한시적인 정책적 대안으로서 2000년 초반, 2010년 초반, 2010년 후반 세 번에 걸쳐서 나왔었다. 이 당시에는 때에 따라 사업이 조기 중단되기도 해서 농업 현장의 신뢰도가 많이 떨어졌다. 그런데 이제는 어느 정도 법률에 근거하면서 앞으로 5년까지는 무조건 이 사업이 지속된다고 보장이 되니까 신뢰성을 회복할 것이다. 농업 현장의 반응을 긍정적으로 바꾸는 계기가 될 수 있겠다.

▲ 이 위원장: 콩, 밀 자급률을 높이는 방향으로 가는 건 좋다. 그러나 ‘쌀 농사짓는 것을 줄여서’ 하는 건 적합하지 않아 보인다. 

전략직물직불제가 나온 배경은 식량안보 향상과 쌀 수급 안정이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2021년 쌀 자급률이 84.6%다. 식량 자급률을 높인다면서 쌀 재배면적을 줄이고 거기에 콩, 밀, 분질미 등을 재배한다고 하면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형태밖에 되지 않나. 쌀 재배면적에 콩, 밀을 심는다고 우리의 전체적인 식량 자급률이 올라가지 않는다. 그냥 대체되는 거니까. 특히 작년에는 2021년보다 실제 쌀 수확량이 줄었기 때문에 자급률도 84.6%보다 더 떨어졌을 것으로 예상한다. 

정부는 계속 쌀이 남아돈다고 이야기한다. 그런데 쌀 자급률이 84.6%라고 하면 우리 쌀이 남는 게 아니다. 실제 남아도는 건 수입쌀이다. 전략작물직불제 목적이 식량안보 향상, 식량 주권, 쌀 수급 안정인데 자급률이 84.6%라면 지금처럼, 현재 면적에 쌀을 재배하는 게 나쁘다고 할 수 없지 않나.

밥 [pixabay]
밥 [pixabay]

- 농정원의 ‘쌀 맛나는 학교’와 ‘천원의 아침밥’, 소비 촉진에 도움이 될까?

▲ 임 사무총장: 취지는 좋다고 생각한다. 이를 통해 초·중·고등학생들의 밥에 대한 인식을 개선해야 할 필요가 있다. 대학생들에게 아침밥을 제공한다는 부분도 긍정적이다.

이런 사업들이 계속 만들어진다는 사실에는 긍정적이지만 이게 진짜 현실적으로 쌀 소비 촉진 효과를 크게 높일지는 의문이다. 실질적으로 어떤 효과가 발생할 수 있을지 조금 더 검토해볼 필요가 있겠다. 

▲ 이 위원장: 좋다고 생각한다. 밥값이 비싸다 보니 학생들이 잘 못 먹고 다니는 경우도 많지 않나. 대학생들이 농활(농촌활동) 왔을 때 보니까 나물들을 되게 잘 먹더라. 그래서 "아니 젊은 사람들은 나물을 싫어한다고 그러는데 어떻게 이렇게 잘 먹어요?"라고 물었더니 "학교 급식에 나와서 먹어 버릇하다 보니 맛있게 먹는다" 이렇게 답하더라. 어릴 때부터 학생들이 쌀 맛에 익숙해지면 이후에 아침밥을 먹는 습관이 형성될 거다. 재정적으로 부족해서 밥을 못 먹고 다니는 학생들에게도 1000원에 아침밥을 공급하는 건 좋은 아이디어다.

단, 여기에 수입쌀이 사용되면 안 된다. 가령 컵밥 제품을 만들어서 쌀 소비를 높인다고 하지만 원료로 수입쌀을 쓰는 경우가 있지 않나. 그건 맞지 않다. 

- 프리미엄 쌀 품종 ‘백세미’로 수출을 활성화하고 소비를 확대한다던데. 

▲ 임 사무총장: 사실 이게 굉장히 중요하다. 국산 쌀이 품질이 좋다고 소비자들에게 계속 인식돼야 수입산 쌀과 변별력도 생기고 우리 쌀에 대한 소비자 신뢰가 올라갈 수 있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백세미는 일반 시군 쌀 브랜드니까, 백세미 품종 한 가지보다는 국내 쌀 전체의 품질 고급화가 필요하다.

그러나 이것도 보여주기 행정식으로 너무 축소되고 틀에 맞춰진 형식으로 진행된다. 이런 사업이 일반 농업인 개개인을 대상으로 확산해야 하는데, 일반 농업인들은 참여할 수 없는 부분들이 많다. 계속 단지화되고, 특정 규모와 사업 계획을 제출하는 사람만 해당하기 때문이다. 특정 품종에 대해서만 일종의 장려금을 주고, 땅 규모는 적어도 50ha, 80~100ha 정도여야 사업 대상에 포함된다는 내용이 있다.

농업인 6~70%가 이렇게 많은 농지를 보유하거나 경작하고 있지 않아 참여가 어렵다. 이런 분들은 일반 품질 쌀만 수확해야 하느냐는 반론이 나올 수 있다. 너무 편향돼 있다는 현장 인식도 있다. 그래서 농민 전체가 고품질 쌀을 수확할 수 있는 차원으로 개편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 이 위원장: 외국에서는 우리처럼 찰진 쌀도 있지만 불면 날아가는 형태의 안남미도 많이 먹는다. 우리나라 국민 입맛에 맞는 쌀이 외국 사람 입맛에도 맞다고 표현하긴 쉽지 않다. 꼭 우리 입맛에 맞는 쌀을 생산해서 수출한다는 발상은 적절하지 않아 보인다. 외국인들이 아니라 외국에 나가 있는 우리 교포들 입맛에 맞춘다고 하면 말이 될 수는 있겠다.

각 지자체나 RPC(미곡종합처리장)마다 대표되는 브랜드 쌀이 있다. 백세미처럼 지자체에서 미는 고품질 쌀이 있는데, 수요층에 한계가 있다. 가격이 비싸기 때문이다. 다만 우리 농민들의 농사짓는 기술이 워낙 좋기 때문에 백세미 같은 쌀도 대중화될 수 있을 거다. 고품질 쌀 중 하나인 전북 지역의 신동진 벼를 예로 들면, 신동진 벼가 처음 나왔을 때는 수확량이 적었다. 20년 정도 생산하다 보니 농사 기술이 늘어서 수확량도 늘고 밥맛도 여전히 좋다. 지금 개발되는 좋은 쌀들도 그럴 거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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