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교~낙안 일부구간 주택보다 2m 이상 높아
100여 가구 중 19가구 이주…마을 풍비박산
전남도, “법적근거 없어 피해 간접보상 불가”

전남 보성군 연산마을 일부 주택이 지방도 공사로 인해 마당보다 2m 이상 높은 도로가 생겼습니다.[권동현 기자]
전남 보성군 연산마을 일부 주택이 지방도 공사로 인해 마당보다 2m 이상 높은 도로가 생겼습니다.[권동현 기자]

[한국농어촌방송=권동현 기자] 전남도의 지방도 공사로 인해 주택 바로 앞에 마당보다 2m 이상 높은 도로가 생겨버린 주민들이 주거환경 악화에 따른 대책 마련과 피해에 대한 간접 보상을 요구하고 나섰습니다.

최근 전남 보성군 연산마을 주민 10여 명은 주민편의를 고려하지 않은 공사편의 위주의 설계로 주택이 아스팔트 도로에 파묻혀 버렸다며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벌교~낙안 간 지방도 4차선 확장공사의 일부구간인 연산마을 앞 도로는 인접한 주택보다 2m이상 높게 건설돼 조망권 침해와 소음·먼지로 인해 주민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바로 도로에 인접해 있어 교통사고의 위험도 높고 우천시 침수위험도 제기됩니다.

주민들은 공사 설계 단계에서 마을 옆을 흐르는 하천의 수로박스를 높게 설계해 도로가 높아질 수밖에 없었으며, 주민들이 계획 변경을 요구했음에도 번번이 무시당했다고 울분을 토했습니다.

주민 A씨는 “전남도가 기본 계획을 세울 때부터 첫 단추를 잘못 끼워 마을이 쑥대밭이 됐다”며 “도에서 추진하는 사업이니 만큼 믿고 맡겼는데 주택보다도 50㎝ 정도 낮았던 도로가 이렇게 높게 설계된 것을 누가 알았겠냐”고 하소연 했습니다.

이어 “몇 년 전에 대학교수의 자문을 구해 하천이 흐르는 구거를 넓게 해서 높이를 낮추는 방안을 제시했지만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며 “낮출 수 있는 방안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공사상의 편의만을 추구하며 주민들을 무시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전남도 관계자는 이에 대해 “하천 암거 규정을 지키고 운전자의 안전한 운행을 위해 100여 미터 떨어져 있는 삼거리와의 평행을 맞추다 보니 어쩔 수 없었다”며 “피해보상에 대한 법적 규정이 없어 불가능하지만 도로 높이를 최대한 낮추고 방음시설과 도로변 녹화를 통해 주민들의 안정적인 주거환경 조성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전남 보성군 연산마을 주민 10여 명이 주민편의를 고려하지 않은 설계로 주택이 아스팔트 도로에 파묻혀 버렸다며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권동현 기자]
전남 보성군 연산마을 주민 10여 명이 주민편의를 고려하지 않은 설계로 주택이 아스팔트 도로에 파묻혀 버렸다며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권동현 기자]

주민들은 노선 결정 과정에서 이권이 걸린 유력가의 입김과 이장들의 부정한 동의서 작성 의혹도 제기했습니다. 노선 선정 당시 마을에 접해 있는 기존 도로를 확장하는 방안과 마을 밖으로 우회하는 두 가지 방안이 제시됐습니다. 이 두 가지 안을 놓고 의견을 모으는 과정에서 일부 이장이 주민의 동의를 구하지 않고 동의서에 도장을 찍어 마을에 접한 기존도로로 결정됐다는 주장입니다.

주민 A씨는 “당시 한 유력가의 잇속과 이에 매수된 몇몇 이장들에 의해  마을이 풍비박산 났다”며 “원래는 100여 가구가 사는 화목한 마을이었는데 도로 공사로 인해 19가구가 정든 고향을 떠나야 했고 네다섯 가구는 도로 아래로 들어가 버리는 상황이 됐다”며 분통을 터뜨렸습니다.

이에 대해 “10여 년 전의 상황으로 담당자들이 수차례 바뀌다보니 당시 노선 결정과정은 명확하게 알 수 없지만 주민공청회 등을 통해 보성군에서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남도 관계자는 말했습니다.

주거환경 악화에 대한 피해보상을 주장하는 주민과 간접보상에 대한 법적 근거가 없어 곤혹스러워하는 전남도가 적정한 타협점을 찾을 수 있을 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한편, 지난 2011년에 착공한 벌교~낙안 간 7㎞ 구간의 지방도 4차선 확장공사는 올 12월 완공을 목표로 추진됐지만, 연산마을 주민들의 반대와 종점구간의 보상협의가 마무리되지 않아 공사기간 연장이 불가피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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